아지랑이

쏜애플 (THORNAPPLE) 2015.08.03 417
녹아 흐르는 아스팔트 위에
귀를 기울여 들었던 소리
오늘도 지구는 나를 
제쳐 두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

따가운 날을 피해서 다니다
만나 버렸던 많은 사람들
어딘가 멀리에 멀고 
먼 나라에
모두 잠을 자러 돌아가

나는 얼마나 
더 달아날 수 있을까
너덜너덜 헤진 몸뚱일 
가누네
나는 얼마나 더 너의 
까만 눈을 견뎌내야
제대로 설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다신 그대와 느릿느릿하게
늘어져 가는 시간을 
세어 볼 수 없어도

당신의 체온을 느끼려 해도
여전히 이곳은 나쁜 날씨
좋은 시절들은 
항상 끝이 날까
마음만 잔뜩 커다래져

나는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헤아릴 수 없는 
내일이 불안해
나는 얼마나 더 돌아가는 
땅을 견뎌내야
제대로 설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어지러워요 
날 찾아내 줘요
꺼지지 않는 나의 두려움 

새빨갛게 흐드러진 
해 질 무렵 공기
하루만큼 늙어 버린 
사람들의 냄새
무엇보다 숨을 참기 
힘든 이 세계를 

분명 나는
좋아한다 생각해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그대도 어딘가에서 살아가
꺼지지 않는 나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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