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그림자

동화 2016.11.30 12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 소릴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 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속에 괴로워하던
수 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향으로
돌려 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그림자

흰그림자들 흰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그림자들
내 모든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 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 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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