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영향 아래 (Feat. 이자람)

도재명 2017.03.13 40
우리가 그린 건 
폐곡선이 아니었다
그 해 여름, 하수구로 흘러 
들어 간 어떤 외로움
오늘 아침 그것으로 몸을 닦았다

어젯밤의 구토는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기억들을 
쏟아내기 위함이었으리라
밤사이 차갑게 식어버린 
토사물에서 지난날 술잔 속에 
익사시킨 질문들과
농담처럼 굴리던 
다면체의 시간들을 본다

그 시절 우리에겐 
폐란 것이 있었다
너의 푸른 호흡, 그 리듬에 맞추어 
우리는 춤을 추었다

쓸쓸한 바닥 위로 
몸이 미끄러진다
온몸으로 느끼는 너의 부재
밖으로 나오긴 전 옷장 속에 
고이 걸어두었던 먼지 쌓인 
너의 몸짓을 입는다

거기 누구 있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알레고리의 숲, 꿈의 미로
우린 어디에 있나요

네가 떠난 오후의 바운더리에서 
그림자는 야위어 갔다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a 
ou je ne suis pas"
이 말을 남긴 채 그림자는 
희망월의 마지막 밤
어둠 속에 분신했다

곰팡이가 피어버린 너의 여백
누군가는 청춘이라 부르던 
그 종이 위에서 나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부조리의 골목 그리고 
수백 번의 구타
그 흔적들을 바라본다
침묵으로 생긴 상처가 가장 깊다

모든 게 꿈이었나 싶다
흐르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존재와 부재를 바라보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가지런히 끌어 모은 두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그리움의 모서리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몸을 두른다
두꺼운 껍질 속에서 잠이 든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느린 꿈을 꾼다

조심스레 너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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