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2남1녀 2017.04.17 18
부어버린 눈이 어젯밤 
술에 떡이 되어 쩔어버린 날
말해 주네 그래 과장님의
아재 농담에 무리하게
박장 대소
하다 보니 결국 목도 갔네

뱃속에선 난리가 났어
뭐라도 쑤셔 넣어야겠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쓰레기 통보다 못한
핵폐기물만 잔뜩
부엌에 가보니 이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뷰
하는 수 없이 나는
오늘도 혜자 엄마의 김밥

이런 날엔 엄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가
먹고파서 눈물 나
괜히 서럽다 
고춧가루 팍팍
돼지 목살 풍덩풍덩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엄마 김치찌개

지금은 오후 네시 오분
끝나려면 일곱 시간
조금 남았네
이제는 불목이라고
다들 클럽도 가고
술 마시는데
나는 오늘도
커피숍 알바해

새벽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밤 늦게 먹으면 살찔까 봐
12시간째 공복
집에 도착해서
오빠의 얼굴 보니
어젯밤도 술에
쩔었나 보네
불쌍한 우리 오빠
먹으라고 준
혜자 엄마의 김밥

이런 날엔 엄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가
먹고파서 눈물 나
괜히 서럽다 
고춧가루 팍팍
돼지 목살 풍덩풍덩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엄마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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