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박재정 2017.06.29 802
안경을 썼어 
눈이 조금 나빠졌나 봐 
요즘 나의 기분처럼 
흐릿한 내일처럼

달라 보인다고 해 
다른 사람 같다고 해 
안경 너머 내 눈을 잘 몰라봐 

제일 고생했던 눈 
너 떠난 뒤에 
모두 보기 싫어서 
항상 붉게 물든 노을 같던 눈 

모두 니 탓이야 
가려면 선명히 가야지 
두 겹 세 겹 흐릿하게 
잡히지도 않는 거리감 
어지럽게 맴도는 거니

이젠 잘 볼 거야 
또렷하게 보겠어 
나와의 거리를 
나의 다음 사람은 

훨씬 멋있다고 해 
분위기 있다고 해 
가끔 스친 
내 눈빛 잘 몰라봐
제일 고생했던 눈 
그리울 때마다 
떠올리기 싫어서 
항상 붉게 물든
하늘 소리쳐 

모두 니 탓이야 
가려면 선명히 가야지 
두 겹 세 겹 흐릿하게 
잡히지도 않는 거리감 
어지럽게 맴도는 거니

이젠 잘 볼 거야  
또렷하게 보겠어 
나와의 거리를 
나의 다음 사람은 

너무 잘 보이면 어쩌지
마주친 너도 잘 보이겠지 
너에게 눈이 멀었던 
그때가 더 그리워진다

모두 내 탓이야 
초점 흔들리는 내 탓이야 
내일 눈 떠보면 
하얀 벽만 보이길
너란 무늬는 없어
너는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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