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요

정승환 2018.09.10 7,526
잘 지내요, 오늘도
언제부턴가 참 쉬운 그 말
나조차 모르는 
내 맘을 들키기 싫어
감추는 게 익숙해져요

내 기억은 언제나 
오래된 퍼즐 같아서
늘 하나씩 모자란 
그 조각을 찾고 있죠
내 마음은 언제나 
쓰다 만 편지 같아서
늘 어딘가 부족한 
말들로 끝나버리죠

잘 지내요, 오늘도
망설이다가 건넨 내 말에
누군가 조용히
알아주길 바랐어요
말끝에 글썽인 눈물을

내 추억은 언제나 
고장 난 시계 같아서
늘 흐르지 못한 채 
한 곳에만 고여있죠
내 사랑은 언제나 
두고 온 아이 같아서
늘 똑같은 자리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죠

사실 난 두려워요 
늘 불안한 내 모습
비좁은 이 마음을
누구에게 들킬까
스스로를 지켜낸 시간들
오늘도 잘 지낸단 말로 
날 숨기죠

꼭 듣고 싶은 그 말 
괜찮아질 거란 말
꼭 하고 싶은 그 말 
잘 지낸다는 그 말 
긴 하루의 끝에서 
다 전하지 못한 말들
나 오늘에 묻은 채 
내일도 잘 지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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