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던 소년들

임예인 2019.06.28 34
생각이 안 나, 열 살 먹은 그 소년이
마치 그게 내가 아니었던 것처럼
뭐 다 그렇지, 난 그대론 것 같아도
구름과 하늘 사이엔 경계란 게 없는 법

어떻게 살았는지
누굴 사랑했는지
이루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는지, 대체
네가 누구였는지

다음 봄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만 만나길 바라, 그 찬란한
햇살에 난 또 한 겹 빛바랠 테니까

생각이 안 나, 열 살 먹은 그 소년이
이제 열한 살 소년도 잊게 될 거야
언젠간 오늘의 나도 잊혀질 거야
시간의 틈으로

잊고 잃고 또 잊어 네가 누군지 몰라봐도
낡고 해져 떨어져 내가 예전과 다르대도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
딱 한 번만 말이야
모두 하얗게 물들어 내가 어딘지도 모르고
헤맬 테니까

난 빛바래 갈 뿐
어제의 나와 끝없이 이별하며
다시 만날 순 없겠지
내가 너였던, 내가 나였던
스쳐 지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다음 계절이 오더라도
몇 번을 거듭해 지나더라도
난 낡고 해져 닳아갈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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