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

정지아 2019.08.23 59
다 질려버렸어, 라고 넌 말했지
거기에 대고 나는 나도, 
라고 대답할 수 없었어
혼자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착한 척하는 건 나의 특기니까

어떤 대답도 안 한 채로
가만히 있는 날 굳게 바라보면서
너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눈길로 
날 쳐다봤어

그때 난 너희 집 벽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새기고
오늘은 며칠이었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보고
시간이 흐르기만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갇혀 있었어

우리는 이런 다툼을 수없이 하면서도
어떻게 여태 같이 있는 거지
마치 싸우려고 만나는 것처럼
싸움 없이는 못 만나는 것처럼
우린 오늘도 다퉈 또 다퉈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마저도
뭐가 도대체 그렇게 
화가 나는지 묻고 싶은데
그 말을 하면 또 다른 
싸움으로 번질 걸 아니까
하고 싶은 말을 겨우 참았어

우리는 이런 다툼을 수없이 하면서도
어떻게 여태 같이 있는 거지
마치 싸우려고 만나는 것처럼
싸움 없이는 못 만나는 것처럼
우린 오늘도 다퉈 또 다퉈

나를 미워하는 눈빛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면서도
그 눈빛에 담겨있는 사랑이
나를 안도하게 만들어

우리가 얼마나 다른 데서 
사랑을 느낄 수 없었으면
고작 싸움에서 사랑을 느낄까

우리는 이런 다툼을 수없이 하면서도
어떻게 끝내 사랑하는 거지
싸움이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되어버린 것처럼
우린 오늘도 다퉈 또 다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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