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박구윤 2020.02.27 296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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