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윤종신 2020.04.27 138
카레를 잔뜩 끓여놨어
퍼서 퍼서 먹으려
저 하얗던 밥 위에
초록을 매일 부으면
언젠가는 보겠지

이방 저방을 들어가
좀 다른 느낌이어서
오랜만에 본 침대 밑
먼지 뭉치들이 굴러가
어디서 부는 바람이었는지 모르겠어

보고 싶어 니 얼굴
말하고파 내 안부
만지고파 니 살결
나가고파 저 문밖을

보이지 않는 자물쇠
제발 열어줘
그 누가누가 열쇠를 갖고 있나

취해 눈을 감으면 나는 가 있어
그곳에
너도 있고 나도 있는
붐비던 우리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눈길을 다 피해가
스치는 인연도 없어
모두 저만치에
내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 여길게

오늘도 숲길 걸어본다
이젠 떠올릴 게 없어
쓱 지나가는 사슴이
마냥 반가운데
저 녀석도 그만 달아나네
건강해 줘

보고 싶어 니 얼굴
말하고파 내 안부
만지고파 니 살결
나가고파 저 문밖을

보이지 않는 자물쇠
제발 열어줘
그 누가누가 열쇠를 갖고 있나
취해 눈을 감으면 나는 가 있어
그 곳에
너도 있고 나도 있는
붐비던 우리

밤길을 다시 걸어 본다
원래 아무도 없던 길
그래 혼자이길 원했잖아
가로등도 꺼진
막연한 길
그 아무도 모르는 길이었잖아
원래 그런 길을 걷고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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