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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즘 (PIXISM) 2021.03.18 11
사람들은 원래 입맛대로 퍼먹길 좋아해
그래 나조차 전에 있던 일을 
뇌에서 짜집기를 고안해
결말을 보기 전 눈 안에 갇힌 렌즈는 
고개를 떨구고 앉네
매번 세척해도 똑같은데 뭘 더 바래야 해
YA 거실에 걸려있는 TV를 보면
가끔 외로워 보여 검은 액정을 넘어
사실 흐리고 뿌연 장면들로 둘러싸여
내뿜는 웃음은 멋쩍어 보이고 딱해 보여
매일 보고 싶은 글귀만이 두 귀에 걸려
또한 듣고 싶은 단어만이 눈에 아른거려
마치 앉고 싶은 자리만이 자리로 보여서
앉을 때도 가위질 장난에 고개를 기웃거려
왜 왜 비극적인 장면을 편집해
왜 왜 희극적인 장면만 고집해
그래서 예상한 장면이 아니면
가위질 장난을 하고서 단번에 뒤집잖어

슬픈 비명소리, 편집
웃는 모습같이, 편집
어제의 그늘까지, 편집
모두 다 바꿔내지 
가위질로 다 오려내지
보기에 편하다면 도려내지
다 편집
다 편집

누군 가위질로 장난질만 치길 원하는 것 같어
마치 자신의 모습을 부정해 
지우려고 하는 것만 같어
또한 우리의 인식이 장난질의 끝에 
결국 맞닿아서
그들의 원하는 모양으로 
우리 눈이 닿아버린 것 같어
A 뺏겼던 시선을 되도록       
붙잡아 되돌려 그래 내걸 take over
전부 해져버린 도화지에 물감을 붓 듯
흘러내려버린 물감에는 맡길 수는 없어
하지만 피눈물 머금은 모습도, 편집
피를 묻힌 자의 손목도, 편집
찢겨나갈듯한 비명도, 편집
찢어내려 하는 웃음도, 편집
수많은 삶 속에 눈앞에 비춰진 
것들에 집중을 쏟아부은 것뿐인데 
누군 또 그걸 이용해 자기의 죄를 
씻어내려 하는 듯해

슬픈 비명소리, 편집
웃는 모습같이, 편집
어제의 그늘까지, 편집
모두 다 바꿔내지 
가위질로 다 오려내지
보기에 편하다면 도려내지
다 편집
다 편집

슬픔을 파내려는 가위질은
그렇게 나쁘다 생각 안 해 그 가위질은
하지만 삶을 왜곡하려 드는 가위질은
자연스레 경계하게 되더라 그 가위질은
우린 편집을 통해서 위로를 얻고
우린 편집을 통해서 수많은 속임을 얻어
우린 편집을 통해서 사실을 얻고
우린 편집을 통해서 끝없는 거짓을 얻어

슬픈 비명소리, 편집
웃는 모습같이, 편집
어제의 그늘까지, 편집
모두 다 바꿔내지 
가위질로 다 오려내지
보기에 편하다면 도려내지
다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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