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가

일이 피곤했나 오늘따라 한두 잔에 퍼지네
반 뼘짜리 위로 한숨 피우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
요즘 들어 사는게 봄 가을 같아 
좋은 건 다 빨리 지나가
어떤 이는 내가 아닌 나로 나를 만들어 
들었다 놓곤 스치듯 내 곁을 떠나가
내가 강해졌던 건지 무뎌졌던 건지
일년에 한 두 번 울먹임을 다했던 
내가 눈물이 다 나네 가리워진 길
그 노래가 내 마음에 들렸을때 
조금 녹았어 이유는 다 스트레스야
무너지기 싫어 버티고 증발해버릴까 
꽉 쥐고 있던 대가

힘들 때 아프게 그냥 울어도 돼 더 서럽게
슬픔이 갈 때 눈물이 그칠 쯤에 
내 엄지로 네 눈 밑을 쓸어 줄게

짠해 다 그런거지 뭐 라며 내가 소주병을 깔 때
마흔이 다 돼 
첨 배웠다는 너의 손에 어색하게 들린 담배가
뿜어내는 구름이 우릴 안아주는 것 같아 
참았던 기침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와 잠시나마 혼자가 아닌 것 같아 
우린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지
때론 우울이란 불운이 
날 막아서 나태라는 그물이
다들 자기 갈 길 잘 가는데 나만 멈춰선 것 같아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계속 무력하게 현실을 겉돌다 보면 
때론 내가 유령 같애
고독은 무덤 같애 
넌 그 속에서 날 언제나 꺼내줘 
이 노래 후렴 같애

힘들 때 아프게 그냥 울어도 돼 더 서럽게
슬픔이 갈 때 눈물이 그칠 쯤에 
내 엄지로 네 눈 밑을 쓸어 줄게

혼자가 되기싫어 오늘도 
누군가를 붙잡고 혼자 두지 않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은 역시 외로워 
TV를 틀어놓고 잠이 오길 기다려
수 많은 평점 속에 날 채점하지 않는 몇몇과 
오래 함께 하고 싶네
적막한 하루의 문턱을 넘어갈 수 있게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가끔씩은 지독하게 허무해 왜 사나 싶어 
도대체 난 어디로 가나 싶어
그럴싸한 가면을 써 
이제는 익숙해진 가명을 써 
이게 내가 맞나 싶어
이렇게 갈피를 못 잡고 헤맬 때 
누군가 같이 있어준다는 건 계산할 수 없는 가치
거짓처럼 껍질만 남은 세상 
우린 서로를 장난처럼 간단하게 판단하지 않지

힘에 부쳐 잠깐 눈 좀 붙여 얼마나 고됐을까
바람과 이 비가 지나갈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힘들 때 아프게 그냥 울어도 돼
슬픔이 갈 때 눈물이 그칠 쯤에 
내 엄지로 네 눈 밑을 쓸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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