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

라노 (LLANO) 2022.03.03 18
난 갈수록 그림을 그려
찍고 그으며 얼굴을 그려
계속 덧그려 그늘이 지고
올라있던 꼬리들은 늘어져 더

“너의 그런 점이 좋아.” 라고도 내게 말했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답을 꼭 정해 말했지
나의 이런 점을 보고선
내게서 ‘어떤’ 면을 바라고 또 바라봤니
아, 그 사이에 선을 그어 난

난 점점, 점점, 
어느새 점들은 내가 되어 버려있네
그어 선 선, 낯 선
손으로 문대봐도 지워지지 않을 자국 
나의 점, 선, 면, 
그래 이런 내가 됐어
내 면을 찾아내지 말아 줘
 
다 타고 재만 남아 그을려진 눈 밑
그 타고 남은 재가 번져 버린 낯빛
날 때부터 있던 건지, 흉터가 된 건지
마른 세수를 해도 거울은 그대로지
왜, 자꾸만 변하려고 해
웃어 보이는 게 어색해서 일그러뜨리네
 
“너의 그런 면이 싫어.” 넌 내게 말했지
네가 원치 않는 나를 보고서 내게 말했지
나의 이런 점, 또 저런 점
네가 미워하는 점도 나인데
아, 나를 아무렇게 그리네

난 점점, 점점, 
어느새 점들은 내가 되어 버려있네
그어 선 선, 낯 선
손으로 문대봐도 지워지지 않을 자국 
나의 점, 선, 면,
고작 이런 내가 됐어
내면을 찾아내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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