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1

이선경 2022.08.04 1
반짝이며 반짝이며
떼잽이로 몰려와 일렁이는
이것들은 누구 누구의 눈총이냐
무슨 무슨 삼일운동(三一運動)이며
언제쩍 학생의거(學生義擧)냐.
 
비좁은 황토(黃土) 길로 트럭에 실려
달려오는 살의(殺意), 빛나는 살의(殺意).
 
그렇다!
남의 잠바떼기 빌려 입고
십년 전 여기 와 기웃거리던
떫은 열여덟 살 나의 눈치코치.
여지껏 못 떠나고 물에 떠도는
호박꽃 누렁 얼굴. 
 
그렇다!
월남(越南) 가서 하루 한 됫박씩 흘리던 땀이 
남지나해(南支那海) 상(上)에서 번득이던 그 비늘들이 
예까지 따라와 만나는 지긋지긋한 재회(再會).
 
아니다! 
아니다!
애국정신(愛國精神), 애국정신(愛國精神),
와르르, 와그르르, 돌담 무너지며 내게 오는 
함성(喊聲).
고함(高喊)치는 햇빛들. 
소낙비 사이를 용케 빠져 살아온 
나의 비겁(卑怯)을 나무라는
햇볕들이다.
 
그러나, 이제
늦게나마 나의 핏줄에도 울대이기 시작하는
늦게나마 철든 애국정신(愛國精神), 
순수애국정신(純粹愛國精神),
죽지 않는 수만(數萬) 이파리의 눈물나무다.
이제 눈물나무의 거대(巨大)한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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