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구도

나현경 2022.08.16 4
영하 구도의 밤 걷던 그 길에
부는 바람이 반가워
지겨운 겨울날이 가기만 손꼽던 나였는데 말야
친구가 밥을 먹고 어딜 좀 가자 하네
사실 난 별로 관심 없는데
지금 내게 필요한건 그저
실컷 울 수 있는 영화 한편

엄마 내가 말야
엄마 나이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그땐 행복할까 결혼은 했을까
손주는 없을거라 미안해
이미 세상은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해서
거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지는 않아

스물 아홉의 밤 매일매일이
20대와 작별하는 하루
어른이 되는 길이 맞긴 한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건지
사춘기는 갔고 엄마는 오춘긴데
난 그 사이에 설 틈이 없어
애가 애를 낳고 자라 또 애를 낳는 이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엄마 내가 말야
엄마 나이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그땐 행복할까 결혼은 했을까
손주는 없을거라 미안해
이미 세상은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헤서
거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지는 않아

엄마 사실 말야
난 엄마 나이가 될 때까지 살고싶었어
그땐 행복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싶고
날 닮은 아이도 갖고싶어
하지만 이미 세상은 불행한 이들로 가득차서
거기에 하나 더 보태선 안되지 않을까

영하 구도의 밤 추위에 취한 밤
불행한 사람들이 춤을 추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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