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기

KONTRAJELLY (콘트라젤리) [이금기]


어둠 속에서 파도가 일고 커다란 소음에 그는 잠시 깨어난다. 어제까지는 광활한 물결이 황무지로만 보았다. 해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어둠이 스스로 물러나지 아니하듯이.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고 갑판 쪽에서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검은 시냇물은 검은 바다가 되어 먼 길을 가기로 한다. 악천후를 벗 삼아 평생을 세차게 몰아친다. 세계의 아가미, 세계의 목구멍을 삼킨다. 새로운 생명이 놋쟁반을 들고 그곳으로 간다. 그들은 사거리로 간다.
1996년 4월 2일. 원미구에서 당신이 만난다. 안경점과 문방구를 이미 들를 일이 있다고 했다. 그림자는 북동쪽을 향하고 승용차와 뒤 이은 차들이 천천히 출발한다. 좋은 공기, 좋은 햇빛, 좋은 사람, 좋은 당신, 좋은 오후, 좋은 거리, 좋은 소리, 좋은 커피…
모터가 돌고 엔진의 작동. 망망한 황무지를, 이렇게 작은 기계로, 시작조차 할 수 있을까? 이제 곧 그의 차례다. 연료가 소모되기 전에 할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증명불가함뿐, 먼지가 일고 뙤약볕이 내려온다.
단속반이 저편에서 다가온다. 무늬 좋은 건반도 없고. 지금 Prophet~5만 있다면 바로 물리칠 수 있는데… 저들은 고작 Juno-106나 60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한 입 거리도 안 된다. 결국 단속에 걸리었다. 다음날, 사과 한 입을 물고 언덕 위 들판으로 나아간다. 불을 다 끄고 어느 시간 침묵한다. 어둠 속에서 파도가 일고 커다란 소음에 그는 잠시 깨어난다.

[Credit]
작사 김연구
작곡 김연구
편곡 김연구

노래 신유정
드럼 신관용
전기키타 김연구
전자올갠 김연구
MIDI 프로그래밍 김연구

녹음 김연구
믹싱 김연구
마스터링 SRA
그림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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