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The Last Flower)

아이리 칸나 2023.11.08 840
움츠러든 어깨를 따라서 
다시 저물어가는 오늘의 끝
밤이 조용히 나를 안으면 
무너져가는 날 잊어버릴 수 있어

색 바랜 오늘은 희망 위에 
내일의 구름을 드리우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그날을 위한 연습인 것처럼

질리지도 않고 나를 처방하는 만약이라는 말
항상 똑같은 매일은 내성이 되어 
내일을 어지러이 무너뜨려

쓰라린 날에 쓰라린 나를 삼키지 못해 
뱉어내고 싶었던 밤
의미도 없이 건넨 위선의 말, 
추락을 향해 올라가는 날 만들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아름다웠던 날들을 덧칠할까 봐
잊어버릴게, 눈을 감고

흩어져 사라질 듯한 그댄 
허무하고 애달픈 꽃망울
모질게 내린 눈물에 잠겨 
피지 못하고 멈춰있지만

차디찬 철길 위에 놓여 
나아갈 방향을 모를 뿐이야
내가 그댈 두 손에 그러모아 
레일에 꽃 핀 내일을 비추게 해줘

메마른 꽃잎이 읽지 못한 오늘에 갈피를 꽂아서
더 이상 그댈 읽지 못하는 
나는 그저 오늘의 끝에 매달릴 뿐

찬란한 날에 찬란한 그댈 
차마 비추지 못하고 스러져갔던 낯
심장을 끄집어내 힘껏 소리쳐도 
결말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가 있어
그리운 날에 드리운 맘이 
내일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잊지 않을게, 두 눈 감는 날까지

피어나고 피어나도 시들어버리는 슬픔이란 꽃 
짙어져만 가는 그대의 아픔이 
마지막을 향해 꽃을 피워내고 있어
고마웠어, 미안했어, 
양손에 가득 품은 꽃다발과
너를 떠나가는 걸

사실은 나도 있잖아, 살아가고 싶어, 
밀려드는 절망에 묻혀 사라지던
아픈 오늘과 두려운 내일 그 사이에 
어느새 네가 들어왔어
쓰라린 날에 찬란한 네가 
내게 살아있어줘서 그저 고맙다고
잊지 않을게 영원히
앱에서 영상보기
상세보기
 님 프로필 이미지
리뷰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