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고

어떻게 해드릴까요 물어봐서 짧게 잘라달라고 했죠
어렵게 기른 머리카락을 왜 자르느냐며 또 한번 물어요
그래도 잘라주세요 제발 길었던 추억들 모두 다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요 
내가 날 몰라보도록 모두 잘라주세요

어느새 내 어깨로 머리카락이 흐르고 
어렵게 참아왔던 눈물도 흐르고 말았죠
사랑이 뭐 이래요 애써서 잘라낼 거라면
처음부터 사랑 따윈 하지 말아야 했어

그렇게 바닥에 쌓여 버린 머리카락을 쓸어 담아
더러워진 내 기억과 추억 
휴지처럼 구겨진 날 함께 버리고 있어

고개 숙인 바보야 눈을 떠 거울 속을 봐
까만 눈물 흘리는 한 여자가 울고 있잖아
사랑이 다 뭐라고 아직도 울고 있는 거니
이제 훌훌 털어 버려 다시 행복 해야 해

시간이 또 흐르고 머리가 길어진다면 
그땐 나 어떡해요 아마 다시 생각나겠죠
사랑이 뭐 이래요 애써서 잘라내더라도
다시 자라난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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