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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andum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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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나는 가족도 없고 또
가족과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형제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 오름 뒤에 숨 언덕 찍고 보는 출석부
백 단위 중학생들 삼켰다 뱉는 school
야 머리 길이 옷매무새 준수하면 뭐 해
담배 쩐내 벤 교복 탓에 주 target이 되고
지도부실에 갇혀 해명
죄인 보는 듯한 눈동자 앞에서
좁아터진 우리 집 아빠 계실 때면
집 안에서 피시는 거니까 그만 좀 해줘
언덕 위에 단칸방 뻔하지만
보여 널브러진 이불 덩어리 헌 옷가지가
대충 밀어놓고 주방으로 가지
맛이 간 찌개와 텅 빈 우리 냉장고 허
라면 끓여 앉고
물려받은 폰 꺼내 떠들썩한 노랠 틀어
한 젓갈 뜨고 아무 표정 없이 누워
무겁게 추락하는 눈꺼풀 내버려 둬
에픽하이 fly 첫 가사는 늘 힘들죠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비탈길 딱 하나
Climb by uphill
Slide by downhill
운명을 다 한 걸지 몰라

기준은 공부 아님 주먹심에 이미 꼭대긴데
아직 올라갈 게 더 있는지 왜
학교에선 하면 된다 같은 이해 안 될 소리
쉽게 흡수 안 되고 겉돌았었지 매일
언덕의 중간쯤이 우리 놀이터
겜방에서 나올 때면 노란 가로등이 켜져
내 친군 알고 보니 편부나 편모
집 가는 걸 못 견뎌 했어 나처럼
빚쟁이 피하기 사기꾼 잡기 공사판
세 개 다 안 하시는 날이 돼서야 만난 우리 가족
집안 꼴이 이게 뭐냐고 혼내곤 하셔
늘어난 추리닝 입은 채 서 있는 남매를 보며
자기 방이 갖고 싶다던 누나 옆에
며칠째 씻지도 않은 만 열네 살의 내가
아버진 화내며 고갤 돌리셔 매캐한
담배 연기 자욱한 그런 날의 셋방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비탈길 딱 하나
Climb by uphill
Slide by downhill
운명을 다 한 걸지 몰라

한 시간 남짓 걸었던 학교와 집 사이
능선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네온사인
때론 시간도 망각해 뒤적거려 달밤에
내일이 오는 것조차 무신경한 상태
언덕 아래 나열된 풍경
몇 평짜리 유흥가 틈엔 담배 물던
우리 학교 교복들 패싸움 꾼 어른들
고성방가 섞인 눈물 그리고 천국을 여는 듯
화장 짙은 아줌마들의 호객과
봉고차부터 퍼지는 언니들의 향수 냄새가
어지럽게 어지럽게 스치네
***들이 돈 된단 사장 아저씨 말이 들리네
언젠가 어른이 되는 순간에 난
저 사람 중에 한 명일까
갑자기 소름이 바짝 돋아
집에 도망 와 불 꺼진 방
억지로 눈을 세게 감아 그 밤에 난

언덕 꿈을 꿨어
언덕 꿈을 꿨어
지겹게 넘나들던
중에도 끝이 안 보였어

언덕 꿈을 꿨어
언덕 꿈을 꿨어
지겹게 넘나들던
중에도 끝이 안 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