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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앞에 스러진 나무 같이

꿈 앞에 스러진 나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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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앞에 스러진 나무같이
오래 묵은 생명의 껍데기로
새파랗게 젊은 저 청년 하나
막아서는 게 그리 어려울까

누구도 탄생을 보지 못한
바짝 마른 두 주목의 마을도
세상이 끝나는 걸 볼 순 없지
사라지는 게 그리 서러울까

붉은 나무를 미워한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더 늘어가는데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지
죽어서도 산다는 나무 곁엔
안아키운 그의 털짐승 따라
시리구나, 곧 겨울이 오셔

꿈 앞에 스러진 나무 가에
집인 듯 누워자는 짐승 위로
새로 시작하는 깃발 그림자
흰 말의 날개처럼 나부낀다

꿈, 그깟 알량한 입술 모양
적, 피해왔던 짧은 단어
볕, 웃음으로 자주 대신했던
연, 결국 마주칠 길고 긴 것

끝이 날 이야기의 주인공
창피 당할 게 뻔한 결말에도
살아보겠다 외치는 청년과
사무치게 서러운 그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