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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ruins

삶이여 영원하라 (어느 시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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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봐 그 한 마디
글을 적다 못 잤던 어제 밤이
의미가 사라져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변명은 이미 다 했어
말 주머니는 텅 빈 내 지갑
더 이상 꺼낼 게 없어 얻어먹는 술 값에
화도 나지 않네 난 화장실을 가는 척 밖으로
하얀 눈 위에 비틀거리듯 난 fall down
And I erase it
내일 눈을 뜨면 비겁한 나도 없어지길
너의 취한 눈에는 동정 아닌 분노
네 속 마음은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 전과 같이 erase it 한 번 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현실은 너무 커서
취한 몸을 일으켜 보려하지만
다시 더 아래로 또 미끄러지듯이 나는 fall down
지워 버려 그만
지워 버려
지워 버려 제발
지워 버려
비극 다음의 행운 그 다음은 비극
그 다음도 비극이 올 줄 대체 누가 알았겠어
같잖은 위로와 한 꼬집의 희망을 섞으니
죽음으로 끝난 연극은 상상이 되겠어?
비극 다음의 행운 그 다음은 비극
그 다음도 비극이 올 줄 대체 누가 알았겠어
그의 적을 쐈던 총구의 끝이 당신을 향하던
소설의 끝을 대체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소녀를 사랑한 작가의 한숨과
늙은 어머니를 위한 음악가의 악보와
시를 한가득 적어내린 시인의 낡은 공책이
나타내는 것은 어느 거렁뱅이의 삶
큰 잔에 가득 채운 보라빛의 술과
부딪히는 얇은 유리의 소리 사이로
세상을 향해 토해내듯 울부짖는
어느 아무개의 짙은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지워 버려 그만
지워 버려
지워 버려 제발
지워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