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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헤는 밤

널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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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의 기온과 낮게 깔린 불빛
살짝 젖은 머리칼 어느덧 개어버린 하늘
흘러가는 계절의 끝자락
붙잡아도 남아주지 않아

해는 지고 별들의 시간이야
정처 없이 밤공기를 갈라
위태로이 달 위에 올라 춤추며 울어도 좋아
한 모금 나눠 마시고 웃으면 되니까

멈추지 않는 설렘과 틀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은
부서질 듯 빛나는 네 눈 때문일지 몰라
우리가 만약 영원히 같은 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갇혀도 좋을 것만 같아

수평선, 일몰, 물빛, 불 꺼진 수영장,
불꽃같은 것들 다 모아서
어딘가 보관해 필요할 때마다 꺼낼 수 있다면
지금의 마음이나 기분, 공기,
습도마저 담을 수가 있다면
아쉬움이 조금은 옅어질까

얼마쯤 오늘을 앓게 될지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겠지
계절의 색은 다시 돋아나 새로운 기대를 줄 테니
낡고 투박한 방식의 약속을 하자

멈추지 않는 설렘과 틀릴 것 같지 않은 예감은
부서질 듯 빛나는 네 눈 때문일지 몰라
우리가 만약 영원히 같은 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갇혀도 좋을 것만 같아

마지막 같은 건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이대로 있자
우리가 마냥 이렇게 깊은 밤을 헤엄칠 수 있다면
영영 잠들지 못한대도 괜찮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