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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UC

Psy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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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해선
가장 추잡한 면을 알아채야 하는구나.
사랑하기 위해선
가장 추잡한 면을 알아채야 하는구나.

오늘은 밤에 나섰다.
열꽃처럼 남은 기억마저도 희미해지는 걸음이다.
왜 여태껏 나오지 않았을까를 나에게 물었다.
드디어 나에게 물음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끌어안다가 죽어도 좋을 정도로 안기고만 싶었다.
그런 강렬한 섬광들.
그때 나섰던 건 희멀건 나체와
언젠가 강탈당했던 순결이었다.
벌거벗은 나의 몸을 바라본다.
희생당하기를 바라는 듯이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다.
여기저기 심장들이 떨어져 있다.
웃어주다가 딱딱하고 진하게 굳어버린 심장들.
그런 내가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유혹하고 도망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나의 지옥에 빠지도록 할 수 있을까.
나는 여러 세계에서 몹시 나쁜 사람이 되어본다.
누군가가 나를 상상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으면 좋겠어.
나를 갈망하다가 타들어 갔으면 좋겠어.
그래, 이걸 듣고 있는 네가
오늘은 나로 채웠으면 좋겠어. 내가 늘 그랬듯이.

아모르, 사랑하기 위해서는
가장 추잡한 면을 알아채야 하는구나.

다 씻어낸 나는 이제야 빼앗기지 않은
순결을 들고 밤에 나섰다.
아프지만 슬프지는 않다고 했다.
그 키스보다 황홀한 말을 듣고도
깨어나지 못하는 나를 본다.
조금만 더 잠이 필요하다.
아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