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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달 별

눈을 떠보니 모든 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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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모든 건 변했다.
내가 있는 이 방은 몇 번째 방일까?
이사를 몇 번 했는 지도 기억이 잘
방배동 신도림 평창동 개포동 옥수동
상수동을 거쳐서 고양시 어딘가
내 기억력의 상태는 정상의 인간
하지만 메멘토처럼 더듬거려 난
내 몸의 문신도 과거를 찾아주진 않아
어쩌면 기억상실증이 덜 저주일까?
내 고양이는 대체 어떤 마음일까?
10년 간 나랑 참 많이도 이사를 다녔지
나보다 추억을 잘 간직할 지도 몰라
데자뷰 같은 벚꽃이 흩날리는 날
34번째 봄의 햇빛을 받는다.
몇 번째일 지 모를 메모를 적는다.
미쳐간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눈을 떠보니 모든 건 변했다.
내가 새우는 이 밤은 몇 번째 밤일까?
몇 번째 적는 가사일 진 절대 몰라
파일들을 정리하다 보면 깜짝 놀라
잊었던 미완성 곡이 한가득
잊었던 삶의 계획이 한가득
잊었던 여행 사진이 한가득
잊었던 내 얼굴들이 한가득
기억은 허상
삶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은
축복이지만 현재일 순 없다.
오늘 내가 올려다 본 하늘의 구름 한 조각도
평생 한 번 볼 수 있는 조각
모든 건 변하고
아름답고 추하기만을 반복하는 순환
방주에 인간은 빼고 넣어주세요, 노아
무덤덤하게 받는 보상같이 다가온 봄 날
죽어간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