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선명 (정규 2집)

삼아일산 三兒一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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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비에 세 명의 아이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산이 있는 건 여자아이뿐.

남자아이가 집이 가까우니
그냥 맞고 가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 집이 더 가깝다며
뛰어가면 된다 한다.
여자아이는 누구 집이
더 가까운지 알지만
잠자코 있는다.

남자아이가 우산을 하나 사서
가겠다고 한다.
다른 남자아이가
돈은 있냐고 물어본다.
둘 다 마침 돈이 하나도 없다.
여자아이는 돈을 갖고 있지만
잠자코 있는다.

여자아이가 택시 타고 갈 테니
둘이 우산을 쓰고 가라고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남자아이가 집에 전화해서
동생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가 집에 전화해서
형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둘은 누구 집이
더 가까운가 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여자아이가 억지로
다 같이 우산을 쓰고 가볼까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셋은 그냥 다 같이
비를 맞고 가기로 했다.

말없이 빗속을 걸으며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다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여자아이는 아침부터
우산을 챙겨준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