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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혁 Vol.3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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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퍼붓는 소나기에
노인은 흠뻑 젖고 말았지
가까운 건물로 비를 피해
이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
식어가는 몸은
병든 나무처럼 마르고
힘없는 두 다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닌 듯 고장나고
날아오는 총탄들을 뚫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여기까지 용케
잘도 살아 남았는데
고작 저 소낙비가
나는 너무너무도 두렵구나

아들아 잘 지내고 있느냐
딸아 별 탈 없이 사느냐
어젯밤 꿈엔 너희와 함께
따뜻한 저녁밥을 먹었지
멀미를 느꼈지만 기차를
멈출 순 없었어
종착역은 다가오고
이제야 이 긴 여행도 끝나겠지
떨어지는 포탄들을 피해
적들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날까지 용케
잘도 난 버텨왔는데
고작 저 빗줄기가
나는 너무너무도 두렵구나

쏟아지는 저 빗속을 뚫고
나를 잊고 달려온 날처럼
그날까지 전진
또 전진하고 싶은데
이젠 고장나버린 두 다리가
너무도 무겁구나
이젠 고장나버린 두 다리가
너무도 무겁구나
이젠 저 빗줄기가 나는
너무너무도 두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