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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ARNIVAL

겨울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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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겨울이 오면
내 속은 텅 빈 하늘에
구름처럼 붕 떠
몸은 얼어 붙은
강물처럼 굳어 굼떠
난 굴을 파고 숨어
차가운 현실로부터
높아지는 망설임이란 문턱
그저 바라볼 뿐
단풍처럼 붉게 불타던 열정은
낙엽처럼 색이 바래고 바닥을 쳐
뜻 모를 배신감에 사무쳐
비정한 세상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
이 시대 유감 이 기분
나만은 아닐 테지
하지만 다들 모아이 입을 못 떼지
그래 나도 두려워 찬 바람의 매질
회색 이불 속에 숨어서
사탕이나 깨지
깊은 무기력감 내 천성은
채찍이 돼 날 후려쳐 부지런한
의지는 침묵 속에 수감 돼
자기심판에 시달려
난 동면을 취하듯 멈춰서
봄을 기다려

죽은 듯 자빠져
한 숨 푹 자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난 기다려 까맣게 해를 가린
구름이 지나가고 내 눈에도
눈부신 푸른 빛 하늘이
식어버린 날 데워주겠지
(이 밤 뜬 눈으로 나 봄을 기다려)

내 맘에 겨울이 오면
내밀어주는 손은 얼음 같고
위로의 말은 찬바람 같고
내 걸음은 쌓인 눈을 밟듯
무거워 혈관에 덮인 만년설
그 산 중턱에 홀로 둔
나는 텅 빈 창고
여름은 전설을 전해
듣듯 와 닿지 않아
봄은 발 디딜 엄두도 못 내는
날씨가 지금의 나야
낙하하는 자존감은 끈을
당기지 못하고 추락해
그래 난 나약해
신의 존재는 의심 안 해도
사랑과 사람과 미래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나의 겨울을 더 길고
아리게 만드는데
의지해 독주가 든 잔과
녹슬은 난로 앞에
내가 지켜야 할 자리를
오랜 시간 결근하면
책임감의 굴복하곤 해
쪽 잠의 뻐근함에
짓눌리네 우연히라도
떨어지는 게
이 고독의 빙산 중
일각이었으면 해

죽은 듯 자빠져
한 숨 푹 자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난 기다려 까맣게 해를 가린
구름이 지나가고 내 눈에도
눈부신 푸른 빛 하늘이
식어버린 날 데워주겠지
(이 밤 뜬 눈으로 나 봄을 기다려)

싸늘한 눈과 바람보다 매서운 건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눈
나에서부터 비롯된
이슈는 죄가 돼
심판을 받아 기요틴이 돼
노리는 명줄
들숨은 방지 턱을 몇 개 넘어
그러면 눈물은 겨우 멈춰도
멈출 수 없는 행군
짐 짊어진 어깨는 푹 꺼져
생명이 꺼진 길은
길어 언제일까 이 혹한기의 끝

삐끗한 것만 갖고도
사방이 시끌 시끌
이 바닥은 발 디딜 틈 없이
얼어 미끌 미끌
난 버려지기 싫어서
날 버렸어 그 삶에 절어
맛은 변했고 형태만
겨우 남은 피클
지금 모두 미쳤지
남 싸움 구경에 참 무정해
승패가 성패가 된 사실
아직 난 부정해
하지만 난 무력해
현실에 안주밖에 없어
더 취할 수 없네

죽은 듯 자빠져
한 숨 푹 자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난 기다려 선명한 미간에 주름이
지나가고 내 눈에도 눈부신 웃음이
눈물이 텅 빈 날 다시 채워주겠지
(이 밤 뜬 눈으로 나 봄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