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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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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602 타고
등촌 삼거리 지나
우회전 뒤 직진해
아저씨가 천천히
몰아줬음 좋겠네
밖을 보며 멍때리고
음악이나 듣게

늦바람들어 매주
주말마다 출퇴근
한창 음악 한다고
헛바람 들때는
뭣도 모르고
뭐라도 된 마냥
주제를 망각했었네
몰랐지 그때는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찬 초년생
울타리 안과 밖의
구분이 또렷해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을 다 도려내
이 버릇 완벽하게는
아직 못 고쳤네

생각해보니 여길 처음
이모가 데리고왔었지
놀면 뭐해 이놈아 라며
일손이 필요하니 보태라고
신촌과 홍대를
오가면서 짐 싣고다녀

그때는 열정있던
작가들의 손때가
묻어있던 길들이
모인 동네라고
들었을무렵 지금
그들은 온데간데 없고
돈내맡은 상권
좀비들의 홍대 앞

사거리 노래방
그 근처 클럽에서
얻어 걸린 공연하고나면
온세상이 내 것 같았지
허나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나봐
금새 올라오는 초췌함

반대 방향으로 가는걸
올라타 어차피
기점 찍고 다시 돌아가
좋지도 안좋지도 않은
복잡한 기분이지만
뭐랄까 좀 골아파

전역 후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것 없었던
아니 어쩌면 그게
당연한건데 그쯤 되면
뭔가 저절로 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왠지 더 버거워

다음 정거장 광화문
여길 기점으로 온 길 그대로
다시 한참을 가기위해
일부러 반대로 탔지
창 밖을 보며 망각을 하려고
적어도 당장은

이제 걱정해야 하는
먹고살기 배고픈
래퍼의 삶을 겪고나니
뭐라도해서 돈은 벌어야지
얻어걸린 첫 직장
마침 이근처 참 절묘하지

그렇게 투잡도 안되는 음악
미련을 못 버려
퇴근하고 시간 투자
언제는 이걸로
돈 번 적있었나 그냥
하고싶은 것 뿐이야
단지 그것 뿐이야

이도 저도 아닌
반쪽짜리 삶은 살아도
사는게 아냐 감옥살이
미련 같은거 남기지 않고
살기위해 난 이제
여기서 탈옥하지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돌아가는길 왜이렇게
먼 길을 돌아왔는지
의미없진 않았어
지나간 날들이 늦긴했지만
막차가 더 빠르지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돌아가는길 왜이렇게
먼 길을 돌아왔는지
의미없진 않았어
지나간 날들이 늦긴했지만
막차가 더 빠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