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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亡明)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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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건 달빛이 아닌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흔들리는 건 바람이 아닌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

그래 봤자 뭐해
세상이 온통 지옥인데
적당히 하고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다 잊고서
살아가는데

흔들리는 건 저 산이 아닌
산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흔들리는 건 세상이 아닌
어디에도 설 곳
없는 너의 자리

그래 봤자 뭐해
세상이 온통 지옥인데
적당히 하고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다 잊고서 사는데
흔들지마 자꾸
저 산을 가리지도 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적당히 할 것은
너의 그 세 치 혀인데

우리가 뱉어버린
말의 악취가
여기 이곳에 진동하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