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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이야기 첫 번째 - 세상에 없는 소년

글 읽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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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옷 입은 신사도
누더기 보따리 아저씨도
대궐 안도 대궐 밖도
금빛 제일 높은 의자
그 못된 손짓 따라
어지러운 폭풍 한가운데
세상 모두가
갈 곳을 잃고 휘청거린다
아무도 내리는
봄햇살에 담긴 내일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깜깜함

한숨뿐 일 때 두려움 앞에
도망치지 못해 사라진다
그 끝 한켠에 아무 말 않고서
가만히 글만 읽는 소년

그 작은 어깨 너머로
또박또박 부딪혀 온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향기 짙어진 골목
바람이 흔드는 햇살
창밖에 봄은 익어가는데
아침이슬 반짝이다가
어두운 밤 그림자 다가와
이대로 세상이 멈춰
모든 게 흩어져버려도
허공에 뿌리 깊은 울림

서러운 걸까 허전한 걸까
또 다른 빛깔의 외로움일까
고단 함 없는 당당한 소리
파란 새벽별처럼 쌓인다

한숨뿐 일 때 두려움 앞에
도망치지 못해 사라진다
그 끝 한켠에 아무 말 않고서
가만히 글만 읽는 소년

그 소리가 들려온다
흐드러진 꽃길도 바람도
초록 언덕도 멀리 두고
꿈은 홀로 삼키고 가득히
가슴속에 새겨 그려본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