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춘천歌

52병동 3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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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춘천에 한 병원에서
기계를 고치는 일을 하지
그 날도 여전히 바쁜 일과 중에
병동 일인 실에 들어갔어

넓은 침대 위에 백발 어르신은
제법 좋아진 몸을 이끌고
창가에 세워둔 작은 화분들에
물을 줄 테니 일 보라 하셨어

인자한 미소로 노인은 물었네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냐고
나는 고장 난 스피커처럼
(아무 말 못했네)

뜸을 들이다가 노인은 말했지
매일 아침 눈을 뜨게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아끼겠노라

며칠 뒤 우연히 그 병실 앞을
지나가다 발 걸음을 멈췄지
퇴원 하셨는지 문 앞 이름표엔
노인의 이름이 사라졌구나

나는 깨달았네 내가 무심하게
보내고 있는 시간들 속에서
다른 누군가는 지금도 열심히
사랑 나누며 살고 있다는 걸

이젠 사랑하며 살아 가야지
이젠 사랑하며 살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