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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작고 크다

은하철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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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차는 떠나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역.
하늘에 켜진 달빛, 반짝이며
기지개 켜네.

얼어붙은 철길 위에는
검은 눈이 내린다.
銀河水를 건너온 열차는
은빛 강물로 빛나네.

'아무도 깨우면 안 돼.
아무도 놀라지 않게
열차를 타자.
은빛 열차를 타자.'

열차는 두둥실 떠올라
수염 같은 연기를 뿜고,
들려오는 차장의 목소리,
"모두, 환영합니다."

달무리를 건너
기러기 떼를 지나
'어서, 가자. 어서, 가자.
날이 밝아오기 전에.
어서, 가자.'

사람들은 모두 말없이
손에 쥔 사진을 보네.
엄마 얼굴도 오빠 얼굴도
강아지도 할아버지도 있네.

미소 짓던 사람들 하나둘
눈을 감고 잠이 들면,
'스르륵' 창문이 열리고
별빛이 쏟아진다.

'아무도 깨면 안 돼.
아무도 놀라지 않게
열차는 간다.
은빛 열차는 간다.'

기적 소리에 눈을 뜨니
열차는 걸음을 멈추고,
창문 너머 플랫폼 가득 찬
보고 싶던 얼굴들.

사람들은 부둥켜안고서
하나둘 날아가네.
어느새 텅 빈 열차는
별똥별이 되어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