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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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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네가 물었지
나를 얼만큼 사랑하냐고
나도 궁금해
사랑의 크기를
어떻게 잴 수 있을까

그때는 잘 몰랐었지
우리 사랑이 얼만큼인지
혼자 남겨진 후에야
사랑의 크기를
잴 수 있겠다 싶었어

빈 커튼 그림자 만큼과
빈 메시지의 창
떼어낸 칫솔 걸이 자국의 크기
딱 그 만큼이야
누울 수 있게 된 소파와
넓어진 침대
도무지 줄지 않는 린스가
그 크기를 가늠하게 해

늦은 밤 집에 돌아와
현관에 주저앉으면
까만 봉투 밖으로
양파 한 개가 또르르 굴러
그 모양이 퍽 쓸쓸해
외로움을 떨쳐내려
불을 환하게 켜도
내 얼굴은 여전히 그림자

빈 커튼 그림자만큼과
빈 메시지의 창
떼어낸 칫솔 걸이 자국의 크기
딱 그만큼이야
누울 수 있게 된 소파와
넓어진 침대
도무지 줄지 않는 린스가
그 크기를 가늠하게 해

눈 감고도 누르는
현관 비밀번호
특별한 날의 네 자리 숫자
딱 그만큼이야
한가해진 주말과
텅 빈 신발장
더 이상 막힐 일 없는
수챗구멍이
그 크기를 가늠하게 해

가끔 기적을 기대하면
고갤 젓게 돼
온통 너인 이곳에서
도망치자고
운동화를 고쳐 신고
공원을 달려도
죄다 우리가 걷던 곳
울던 곳 웃던 곳

어디에도 갈 수 없어
어떡하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별을 눈에 머금고
우두커니 서면
드디어 알았다
이만큼이었다
너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