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모비딕

난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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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를 쪼던 부리는 남의 말을 뱉어
너도 날개를 달고 있을 거란 말은 됐어
지겹게 살아가 봐야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면
담배 피워온 나날만큼 나는 행복과는 반대편

걔도 한 대 피우러 나갔나봐
눈을 감은 다음엔 침대를 타고 날아
앙상한 내 몸이 말야 공중에 뜨는 상상, 망상

잠깐 분명

엊그제 꿈엔 그쯤에서 떨어졌지 그래도
살고 싶어, 잠들고 싶어 이 세상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대사 없이
입을 다물었다가도 괜스레 목을 가다듬어
아무런 반응 없는 메아리 없는 음악
아무런 감흥 없는 맥아리 없는 문장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순간
예술은 개뿔, 예미 지랄 하더구먼

손 떼 묻은 돈처럼 주인은 계속 바뀌어가
잠을 팔았잖아
내 소외감을 가져가
내 작은방, 조명 수명보다 많은 일을 했어
난 지난 1년간

기다려봐 이미 불 꺼졌지만
시야는 누런 하늘 뒤에 있어
기지개를 켜 쉴 시간 없어

수녀원의 콘돔 플라스틱 콧등
몇몇 구절의 연설
내 가사도 희미해져

포항에서부터 걸어둬
보증금 없는 내 인생
와사비 쳤던 오징어보다 맛있게
눈에 각인된 건 좀 더
폼 나는 삶인데

내 인생 쌔삥인듯 돛대를 당기네

두 주머니 배짱 두둑이 채워 넣고
텁텁함은 항시 목구멍에다 새겨둬

빨아 재꼈던 담뱃값
아깝지 않게 자셀 잡아
반지하 방 문 열어 당장 알리바바

오늘도 입안에 허한 갈증이 가시질 않고
당장 달디단 과일을
입안에 넣어도 찌푸릴 테고
그저 별일 없이 지나는 하루가 다행인 태도
이대로 그냥 게으르고 야만적인 사람이 돼도

빗물 새던 방에서 난파당한 채
눈두덩이 아래만치 시커먼 칠판에
손톱으로 연주하듯 내 가사는 천박해
느리게 더 느리게
노를 저어가네
노을은 져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