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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겨울

아주 오래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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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추워도 좋았어
네 손을 잡으면 되니까
아직 가끔 생각나
우리 함께 걷던 길

어려서 서툴던 우리는
뭘 해야 할지 잘 몰라서
같이 지도를 보며
걸어갈 곳을 찾았지

창덕궁과 운현궁을
후암동과 해방촌을
절두산공원과 홍대를
우린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이제는 그때 너와 내가 더이상 없지만
겨울이 오면 잠깐이라도
그 기억이 떠오르곤 해
우리의 약속들은 눈처럼 녹아내렸지만
그때의 나와 그때의 너는
이 거리와 우리의 기억 속에 있어

그때는 추워도 좋았어
네 손을 잡으면 되니까
아직 그 거리에는
너와 갔던 곳들이

동부 이촌동 팥죽집과
삼청공원 근처 만두전골
종로구청 옆 커피숍과
익선동 골목길 칼국수도

지금의 너와 나는 전화번호도 모르지만
갑자기라도 잠깐이라도 난
그때가 떠오르곤 해
너와 했던 말들은
바람처럼 찾을 수 없지만
그때의 나와 그때의 너는
이 거리와 우리의 기억 속에 있어

지금 네가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몰라도
늘 건강하고 늘 따뜻하게
줄거운 계절을 보내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