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무명無名

무명無名

공유하기
이른 어느 봄날 떠나지 못한
찬 겨울 끝 바람에 옷깃 여미운다

언제부터였나 채 녹지도 않은
메마른 땅 위로 연초록이 어리운다

무너진 담장 아래 한 줌 흙 위에도
아무 투정도 없이 뿌리를 내린다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왜 없겠는가 수수한 이름 하나
그저 아무도 그 누구도 부르지를 않지

건네주겠는가 깊은 눈길 한 번
사뿐 들꽃을 피해서 조심히 가는 발길

온 산 뒤덮은 푸름은 큰 나무만 아니라
무심히 밟고 가는 수많은 그냥 풀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이름 없는 날에 이름 없는 곳에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
이름 없이 살다가 또 이름 없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