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여행자 A

INTRO - 전날 밤

공유하기
세 시까진 괜찮아
잠들지 않고 두 시를 넘기는
나의 안심이란 이런 종류
창가엔 이미 죽었거나
간신히 살아가는 식물이 있고
창 밖으론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국 소년이 보인다
그는 무슨 책인가를 펴놓고 있는데
아마도 한국어교재일 것이다
며칠 전 집으로 오다가 들렀을 때
그 책을 펴놓고 있는 걸 보았다
나는 잠깐 가갸거겨 중얼거린다

밤의 냉장고, 냉장고의 밤
아랫 칸이 잘 닫히지 않았는지
불빛이 새나오고 있다
얇고 가늘고 길고 날카로운
빛이랄지 선이랄지
환함이랄지 어둠이랄지
무슨 외로움 따위랄지
나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닫고 의자로 돌아갈 수 있다

세 시까진 괜찮아
잠들지 않는 나의 안심이란 이런 종류
걱정이 없으니 괜찮아
다른 이야기를 해도 괜찮아
돌아올 테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