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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MOESSAY

불가지론 (Prod. by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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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비와 눈이 잦았던 몇 해 보내고,
여름에 눈이 내리고
건기엔 장마가 오는
모호한 마음의 계절.
집을 가도 집을 찾고,
길을 걸어도 길을 찾던 시절.

밤이면 방안에서 몸보다
큰 울음으로 울고,
새벽이면 먼지 쌓인
낡은 꿈과 함께 무너지다
젖은 눈으로 아침을 살며
다시 밤이 오면,
눈물짓는 침식의 뭍에
머무르곤 했다.

역설인 것은, 아플 땐
왜 아픈가를 모르고.
한없이 침잠하는 생에게
존재를 피력하기는
폭염보다 애끓는 피로도
씻을 길이 없는 가난에
찌든 얼굴 같은 거고,

그래, 내게 아직
술 한잔도 산 적 없는
의미도 못 될 예술과
나 없이도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세상 중,
답 안 나오면 원해서
처한 것들 믿는 게
내 계산에는 맞지.

어떤 이는 주기도문,
어떤 이는 불경을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

모두 다른 극복, 많은 상황,
같을 치유를 통해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

구실이 걱정돼 매일 연장되는 노동.
조각난 이상을 맨발로 걷곤,
하기 싫은 일을 되기
싫은 이에게 하달받지.

업이 돈 안 돼도,
돈이 업일 수가 없는 기질적 가난.

돈을 생각하면, 하지 않을 일을 두고
돈을 생각하고
업의 모습 앞에 태생을 인정하고 나면,
삶은 언제고 저 먼 별의 경치.

억수 같이 쏟아지는 폭우를 앞에 두고
혹한 속에 핀 들꽃이라면,
비가 되기도 혹한이 되기도 해야지.
온 생을 고난 앞에 주저하고 흔들리며

역경을 증언한 이 소리만이,
금강의 의지와 수라의
길로서 멋으로 남지.
삶이 응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삶 속, 내 뜻 하나로 응하기를 원해.

어떤 이는 주기도문, 어떤 이는 불경을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

모두 다른 극복, 많은 상황,
같을 치유를 통해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

진실된 피로 남기고 싶어,
이 존재의 불멸을.
내 발목 묻은 나의 습지.
동어반복과 의성어 없이 절 못 짜는
능력 없는 이들과는 결을 달리할 때.

유일한 재산인 선택을 표현함에
남의 표현과 타국어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아.
평등하며 수평 된 죽음이 닿을 때.
이 시름의 소란이 고요해지기를.

어떤 이는 주기도문, 어떤 이는 불경을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

모두 다른 극복, 많은 상황,
같을 치유를 통해
각자도생, 가까스로 인간임을 느낄 때.
시대가 기억할 한 줄과
이 한 몸 죽어도 남을 나는, 남겨 명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