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CIMOESSAY

여독 (Prod. by Corry Wooz & Scratch by DJ TRICK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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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쉬어 한숨을 들이면,
그만큼 쓰이는 건
수필 더미나 싯구 따위가 아닌
온 마음과 신경.

태어나 그림자를 뒤로,
앞은 그늘을 이네.
미약한 생을 담가
젖고 마르기를 반복.
그 불어터진 나날들을
일상이라 부르지.

"참을수록 눈물 마를 날 없지."

순결하다 믿은 시간을
배신치 않으려면,
얼마를 써야지만,
덜 초라한 인간이 될 수 있나?

삶에 마음을 주는데,
"세상은 왜 날 위한 마음이 주는데."
섬 같던 마음 한 켠에
날 닮은 꽃 한 송이 피네.

한 철 머물 생의 의미를 찾지만,
등 뒤엔 미완의 꿈의 거대한 장례행렬.
섧은 통곡들 내 곁을 스치우네.

있는 힘을 다해 두 눈을 떠도 어두워서
눈 감아봐도 밝아질 수가 없었나.

이 여독이 가시면, 지는
석양에 홀씨 되어
흩어지는 순간까지 갈 길
몰라 헤메이네.
부조는 눈먼 나를 가여워한
네 연민 한푼 만.

알고 있어, 긴 여행이 끝나도
끊임없는 지옥이란 걸.
이 모든 게 하나씩 의미를 갖길
갉아 먹히며 애도하겠지.

이 창이 열리면 좋은 풍경
보일 것도 같은데,
사랑하는 이들과 내가
말한 곳으로 가야 하는데.
혼자의 방에 나는 창
하나도 여닫지 못하고.

칠흑 같은 그림자는,
밤새 맞는 서리에도
백색이 될 수 없어.

마음이 기우는 곳은 하필
내 목을 죄는 꿈.
오늘을 담을 길이 없는
아쉬운 어제의 여백에
짐작하는 자책들로 늘어만 놓은
독백들이 많다.

힘겹게 피운 꽃 지네,
하늘과 산도 잎과 비로 우네.

양지를 두고 처한 음지를
긍정한 나의 긍지여.
뜬구름 묻은 무지개만 찾던
나의 텅 빈 삶이여.
내려도 마르고 마는 비에만
계신 그리운 아버지여.
창 너머 산머리 바라만 보게
한 나의 서러운 꿈이여.

간절히 행한 모든 일 어긋나고,
움튼 것이 행여 절망이어도
그어놓은 나의 세상
모든 관계의 선 위로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어주길.

알고 있어, 긴 여행이 끝나도
끊임없는 지옥이란 걸.
이 모든 게 하나씩 의미를 갖길
갉아 먹히며 애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