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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소나타

환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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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불이 일었어요 마른하늘 날벼락인지
산들은 불에 타고 마을은 사라지고
동물들도 사라졌어요

역병도 시작됐어요 겨울 끝 무렵이었나
봄 오면 가자던 게 많았었는데
모든 것이 멈추었어요

대답 없는 질문들만이 언제쯤 괜찮을까요
무엇이 이유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누가 세상을 구할지

거리는 비어가고 냉장고도 비어가고
우리 만나 손을 잡고 안지도 못해
기약 없는 격리의 시간

뿌리를 드러낸 나무 요동하는 사람들
화를 내고 비난하고 불안해하고
서로를 탓했습니다

겹겹이 숨겨진 욕심 기울어진 평등과 사랑
쌓였던 편견과 거짓과 혐오
그런 것이 날아다녔죠

그러다 어느 날엔가 그 누가 시작했는지
한 발짝 물러난 양보와 이해
그런 것이 피어났어요

보통의 사람 속에서 영웅이 나타났으며
제 할 일을 정성스레 하는
사람들 조금씩 바뀌는 세상

오늘의 세상이란 어제와 같을 수 없고
그렇게 시간을 밀고 나가며
우린 또 살아갈 텐데

인간을 구원하는 건 그 어떤 따스함일까
희망과 절망은 공존하는 것
파도처럼 끝이 없는 것

지구의 경고였는지 무언가의 절규였는지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항상 한발 늦은 깨달음

이렇게 많은 걸 잃고. 겨우 조금을 배우고.
보통 아닌 것들이 보통이 되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내일 또 내일의 태양이 뜨면
정성껏 살아갑니다
정성껏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