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청파소나타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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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긴 낮을 보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오는 밤
진분홍 찔레꽃 만발한 어느 집
담장 아래 그쯤

바람결에 춤추는 그림자 발끝으로
잡아보려 하다
내가 너무 싱겁다 싶어서 슬쩍
웃고 마저 길을 걷네

이 세상은 수많은 것들로 가득
차 넘실거리는데
한 움큼 넘치는 내 맘도 무겁고
참 버겁고 그래

내가 사는 동쪽 끝 밝은 방
서울역 앞 푸른 언덕 아래
고단한 하루를 눕힌다 내일도
길을 나설 텐가

서울 사는 비둘기 가족이 옥상
끝에 모여 구구대고
창문 앞을 서성이던 바람 커튼
밀고 들어오려 하네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들
여지없이 시들고 사라져
한 움큼 비워진 내 맘에도
서늘한 바람이 맴돌아

능소화 피면 여름이라 했나
타는 계절 목마르지 않길
얼음꽃 시려 아려 오면 문득
이 밤도 그리워지려나
초여름 찔레꽃 피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