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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예술

정자 (Feat. 하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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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 있어
아직 서 있어
아침이 오기만을
난 기다리고 있어
넌 어디에
내가 기억하던 넌 어디에

우리 집 가는 방향은 실은 정반대지만
여자 혼자 밤늦게 걷게 두면 안 되니까
혹시나 위험할까 싶어서
아니 사실 널 보내기가 아쉬워서
내가 구식인척 한 건 그저 나의 구실
나이를 먹어도 표현이 서툴지 우린
네가 처음인 거 알지만 나도 겨우 두 번째야
서른 다 되도록 연애도 안 하고 뭘 했나
역에서 내리고 근처 탄천을 걸어
강 따라 걷다 나오는 계단 지나갈 때면 멈춰서
여기였는데 내가 술기운에 기대
손잡을래 물어본 게 내 어정쩡했던 고백
이제 그만 들어갈까? 아니 잠깐 학교 운동장을 걷다가
허름한 정자가 보이던
이 작은 놀이터 벤치에 우리는 앉아 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

혼자 있고 싶어 잠깐
난 사실 알고 있어 창밖에서
서성이는 너를 기다리는 너를 봤지만
오늘만 날 내버려 둬

네 어머니한테
언제 오냐고 연락이 올 때면
난 혼자 남게 돼 너의 동네에
벌써 막차 시간이 지나
혼자서 또 왔어 찜질방에
요즘 너무 자주 온 것 같애
카운터 알바가 알아본 것 같애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에
땅바닥에 내가 잘 자릴 편 뒤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자기야 나 집이 너무 멀어
그냥 우리 같이 살면 안 돼?
얘기하고 싶지만 감히 너한테
말 못 해 과거가 내 발목 잡어
아니야 나 괜찮아 여기서 자도
주제를 돌려서 요즘 일은 어때
잘 돼 간다니 정말 부럽네
나에 대해선 별로 할 말도 없어
널 만나려고 내 매일을 텅 비웠어
계속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잠들 때까지 무의미한 대화를 이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

혼자 있고 싶어 잠깐
난 사실 알고 있어 창밖에서
서성이는 너를 기다리는 너를 봤지만
오늘만 날 내버려 둬

아침 해가 뜨면
잠깐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시간을 물어
잠시 널 만나서 점심만 먹고 들어
가기로 했는데 오늘도 난 널 붙들어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 또 어제처럼
마지막 열차를 보내 또 어제처럼
난 반복하기를 원해 또 어제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우리의 어제처럼
하지만 오늘은 별말 없이
넌 금방 들어가 버리고 또 남겨진
내 지갑엔 이젠 만 원 한 장 없지
또 네 집 앞을 서성이네 아무 말 없이
잠든 척 잘 들어간 척했지만
사실 우리가 같이 늘 얘기하던
허름한 정자가 보이던
이 작은 놀이터 벤치에
혼자서 앉아있어

혼자 있고 싶어 잠깐
난 사실 알고 있어 창밖에서
서성이는 너를 기다리는 너를 봤지만
오늘만 날 내버려 둬

난 여기 있어
아직 서 있어
아침이 오기만을
난 기다리고 있어
넌 어디에
내가 기억하던 넌 어디에
난 아직도 여기서 추위에 떨고 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
시간을 끌고 있어
이 순간을 붙들고 있어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어
난 꿈을 꾸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