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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EP)

부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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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환경은 내게 부채감을 심는다.
누군가의 당연한 부탁은 나에게는 무거운 요구.
남들은 어쩌면 쉽게 행할 수 있는 그런 일들.
나는 절대로 쉽게 할 수 없어.

이루고 싶어도 이루지 못하는 일.
바라고 싶어도 바라지 못하는 일.
나를 일으키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언제나 내 속에 존재하는 나의 부채감.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미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분노하게 돼. 증오하게 돼. 나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당연히 깨우쳐야만 하는 것들.
난 왜 그런 당연함에 다치고 우는가.

나의 병은 날 갉아 먹기에 바쁘다.
날 가라앉혀 버리기에 도가 텄다.

조금 더 머리를 잘 굴리고,
조금 더 상처받지 않고,
조금 더 예민해지지 않으면 될 텐데.

나의 병은 날 잡아먹기에 바쁘다.
난 아프니까, 난 약하니까.

이젠 그걸 알면서도 날 이해하지
못하기까지 이르렀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미안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어.

근데 너무 웃긴 게,
내가 미안한 게 억울하더라.

대체 나는 얼마나 썩어 문드러져 있는 건지.
이 뿌리 깊은 어둠의 깊이를 잴 수 없다.

나 때문에, 혹은 너 때문에.
아니면 우리 때문에, 혹은 너희 때문에.
언제까지나 내가 업고 있을 부채감.

나는 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