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부동시

방법론

공유하기
올라오다 해가 다 지는 바람에 우린
내려가는 길을 모른다

내가 알아 짐짓 손을 잡아 끈다
티가 나는 거짓말이지만

올라오며 보았던 예쁜 풍경들은 더는
새로울 것이 없어졌다

그저 해가 져서 그런 게 아닌 걸
너도 느낀 것 같아

이미 아름다운 한때를 나눠 가졌고
시리던 때를 웃으며 얘기할 수 있게 되면
다 괜찮아질 거야, 흘러가게 냅두자

몇 번이고 상처 위에 상처를 남겨도
흉터에 관한 재밌는 농담을 만들고 나면
헤어지는 거야, 그렇게 멀어지자

서운함이 등 떠밀어도
내리막길을 서두르지 말아
약속들에 가로막혀도
멈추지 마, 우린 많이 주저해봤다

비록 우리 서로의 기대를 배신하며
알 길 없던 무책임한 언덕을 타 넘었지만
뿌리내릴 거야, 그곳에 큰 나무가

상황이 거듭해서 진심을 외면하고
오해가 아직 어리던 가지를 흔들었지만
우리가 피운 거야, 시들게 하진 말자

가까워지다 마는 법을 배울래
성급해지는 버릇을 고칠 수가 없네
기대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을
자꾸 사랑이라고 하고 싶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