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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난 미지근하게 축제 (Live)

축제 (낭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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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천변을 걸었다.
친구는 조심스레 자신의 걱정들을 말했다.
걱정할 일이 내게도 많고 많지만,
이번에는 친구의 이야기만을 집중해서 들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재잘대며 걷는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며 노는 사람들,
꼿꼿한 걸음으로 성큼성큼 힘좋게 지나가는 사람들......
그저 구경만 하는 우리에게는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친구의 걱정들을 다 듣고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하나
생각해보았다. 친구야, 아무래도 그건 아직 너에게
일어난 일은 아닌 것 같아.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만약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또 막상 너는
짐작보다 잘 지나갈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보잘 것 없고 뻔한, 이런 얘기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무거운 표정이 서서히 걷히고 자기다운 해맑은 표정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치? 그래! 네 말이 맞아.
친구의 얼굴은 비로소 웃음기까지 머금기 시작했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반응이었지만,
자신도 다 알고 있는 말이지만, 타인의 입을 통해
자신의 귀로 듣게 되면 어떨 때는 좀 다르게 들리기도
하는 걸까. 친구는 그제사 배고픔을 느끼는 것 같았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며 자신이 잘 아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겠다며 친구는 앞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