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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난 미지근하게 축제 (Live)

축제 (낭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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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평범했지만
지혜로운 대답을 했다는 뿌듯함으로 차창 바깥을 바라보다가.
정말 지혜로웠던 사람은 바로 친구였다고.
자신이 하고 있는 걱정이 어떤 내용인지를
누군가에게 일목요연하게 발화할 수 있었다는 게
새삼 존경스러웠다. 그 걱정들을 털어놓은 상대로
나를 골라서 불러낸 것도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됐다.
나는 누군가의 좋은 일에는 함께 기뻐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안 좋은 일에는 함께 걱정을 짊어지려는
기질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 때에 다른 의견과
다른 감정을 보태려는 경향이 있다. 맞장구 능력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친구들과의 그렇고 그런 유대에서
늘 결함을 드러내고 마는 기질이지만 이 기질을
오히려 잘 사용해준 친구가 고마웠다. 바깥에서
간단히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내게 부여해주기 위하여
친구가 나를 불러냈구나 생각됐다. 오늘은 나의 능력을
동원해서가 아니라 나의 결함을 사용하여 제대로 된
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