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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맛

슬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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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 홀로 남겨진 텅 빈 무대 위
어디선가 이름조차 모르는
가수의 노래가 들려오는 밤
지난겨울 망가진 시디 플레이어가 말하길
“도망칠 때 치더라도 등을
보일 준비는 되어 있었겠지.”

비어버린 술잔에 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난 몰라 이제 알 수가 없지

속이 시원하냐는 너의 고함소리를
자장가 삼아 이제 날 조용히 자게 내버려 둬

슬픔의 맛을 안다고 자신하던 너와 나에게도
벼락같이 혀가 짜릿해질 만큼
거대한 슬픔이 밀려올 때
우린 그걸 삼킬 수 없어 모두 뱉어버린다 해도
아무도 우리를 탓할 수 없어
그런 슬픔의 맛은 처음이니까

희망 같은 것들이 아직 신기했던 때
우린 멈출 줄 모르고 마구 가졌지
이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결국 네가 말한 대로 전부 망하고 말았어

희미하기만 했던 불행한 소식들이
갑자기 내 아침 식사처럼 날 깨우고
진부하기만 했던 이야기 속 비극들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게 쏟아지는
무대 위 Spotlight

무대 위로 올라가 다 말해
너의 가장 아픈 고난과 역경
모두 기대하지 특별한 역사
승리의 서사 열정적 인사

지치는 게 미덕인 이 삶에
좀처럼 없는 결정적 기회
하날 이룰 때 내 등 뒤로 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픔의 맛을 안다고 자신하던 너와 나에게도
벼락같이 혀가 짜릿해질 만큼
거대한 슬픔이 밀려올 때
우린 그걸 삼킬 수 없어 모두 뱉어버린다 해도
아무도 우리를 탓할 수 없어
그런 슬픔의 맛은 처음이니까

슬픔의 맛을 안다고 자신하던 너와 나에게도
벼락같이 혀가 아릴 만큼 크고
거대한 슬픔이 닥쳐올 때
우린 그걸 견딜 수 없어 그냥 울어버린다 해도
아무도 우릴 탓할 수 없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