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The Sea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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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inne Bailey Rae

앨범유형
정규앨범 , R&B/소울 / POP
발매일
2010.02.01
앨범소개

상실과 슬픔과 부재를 노래하지만 위로와 위안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담은 음악 Corinne Bailey Rae [The Sea]


갑자기 사라져버렸다.정작 이 세상을 떠난 것은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의 남편 제이슨 래(Jason Rae)였는데, 갑작스런 그의 죽음과 함께 코린 베일리 래 역시 죽음만큼 긴 은둔에 들어갔다.제이슨 래의 사망 추정일은 2008년 3월 22일. 코린 베일리 래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던 만큼 이 소식은 국내에도 즉각 알려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다.


그의 사망 이유는 메타돈과 알코올 ‘우발적’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고사였다. 제이슨 래의 친구 제임스 셔스비(James Sheasby)와 함께 술을 마셨던 제이슨은 셔스비가 마약중독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메타돈을 ‘우발적으로’ 복용했고, 결국 그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코린 베일리 래의 남편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자, 코린 베일리 역시 기나긴 침묵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고작 첫 앨범을 발표했을 뿐인 신인이었지만 워낙 뚜렷한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유한 싱어송라이터였던 탓에 코린 베일리 래의 부재를 인식한 팬은 그리 많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녀를 세상에 알린 명곡 [Put Your Records On]의 탄력적인 그루브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곡을 제외하면 아주 작은 세계를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노래한 곡들이 대부분이었다.


정확한 박자로 진행되는 곡들이 아니라서 무척 어렵게 들리기도 했지만, 코린 베일리 래의 노래들은 그 안에 은근하고 열정적인 그루브를 담고 있었다. 그녀가 데뷔 이전부터 주목받았고 앨범을 발표한 이후 얻어낸 반응은 바로 그 은근한 그루브를 확인한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당연한 환호 때문이었다.


사실 데뷔 앨범은 EMI와 계약하기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앨범을 발매할 음반사를 찾지 못했다.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가사는 지극히 사적이며 미니멀했다. 팝도 아니고 R&B도 아니고, 소울도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린 베일리 래의 음악은 팝이기도 하면서 R&B였고, 오래된 소울이기도 했다.


그리고 재즈의 분위기까지 담겨 있었다.) 애매한 그녀의 음악에 선뜻 손을 내밀 음반사가 없는 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EMI는 코린 베일리 래라는 아티스트의 미래보다는 완성되어 있는 상태의 앨범을 계약한 것이었지만, 이를 통해 마침내 코린 베일리 래는 단숨에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자리잡게 된다.


확실히 메이저 레이블의 홍보 감각은 남달랐다. 첫 싱글 [Like A Star]가 34위를 기록한 후 새로운 싱글로 채택한 [Put Your Records On]은 그녀의 음반 수록곡 중에서는 꽤 활기찬 소울팝 트랙이었다. 이 곡은 곧바로 영국 싱글 차트 2위로 직행했고, R&B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이 곡의 히트로 당시 최대의 인기 스타였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함께 2006년의 스타로 올라섰다.


[Put Your Records On]의 성공으로 앨범은 발표와 동시에 영국 앨범 차트와 R&B 차트 1위에 올라서게 되었고 발매 1주일만에 7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2006년 가장 많이 팔린 앨범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었다. 영국 아티스트가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코린 베일리 래의 음악은 미국에서도 환영받았고 지금까지 거의 2백만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밖의 나라를 종합해 4백만장이나 판매되면서 코린 베일리 래의 데뷔 앨범 「Corinne Bailey Rae」는 2000년대에 발표된 모든 앨범 판매량 집계에서 49위에 올랐다.


이 성공이 2007년 2월에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주요 4개 부문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에 코린 베일리 래가 노미네이트되는 바탕이 되었다. 그녀가 영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수상 가능성은 낮다고 봤고, 아쉽게도 이 예측은 맞아떨어져, 수상의 영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The Music Of Black Origin (MOBO) Awards를 비롯해 Q 매거진과 Mojo 매거진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흥미롭게도 2007년에 이어 2008년 5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코린 베일리 래는 [Like A Star]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워낙 강세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후보에 그쳤다.)


그리고 앞서 말한 2008년 3월의 비극이 일어났고, 코린 베일리 래의 소식은 끊어졌다. 만약 남편의 사망이 아니었더라도 앨범 한 장으로 2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으니 휴식을 취할 때도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그녀가 부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코린 베일리 래는 2008년 초에는 새로운 곡도 쓰고 있었고 좀더 강렬한 음악을 만들어보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었지만, 남편의 급작스러운 사망 이후 음반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할 수 없었다.


“이런 건 다시는 못할 줄 알았어요. 누가 제이슨에 대해 물어보면 폭발해 버릴 것 같았거든요. 오랫동안 저는 음악에 손도 대지 않았고 뭔가를 만들지도 않았어요.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으니까요. 제 자신이 너무나 망가져서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가 없었어요. 그저 뭔가를 부수고만 싶었죠. 평소에 이랬던 제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런 감정이 낯설긴 했어요. 황량하고, 텅 비고, 공허하고, 아무 것도 아닌, 그런 기분들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녀는 심기일전해 두 번째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200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공연을 보며 그가 부르는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를 듣고는 그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슬픔을 끄집어내고 정리하는 기회를 얻었다.


두 번째 앨범은 「The Sea」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 제목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번 앨범이 남편 제이슨 래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무척이나 침울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맞다. 분명히 이번 앨범은 데뷔 앨범의 개인적인 섬세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로 삼은 [The Sea]는 남편의 사망 이전에 써놓은 곡이라 그의 죽음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코린 베일리 래가 [The Sea]에서 이야기하는 ‘바다’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바다에서 사망한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바다에 대해 “Goodbye paradise"라고 노래하는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는 이내 슬픔으로 변한다. 아마도 코린 베일리 래는 이번 앨범을 데뷔 앨범보다 조금 더 무겁고 진지한 내용을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의 죽음이 겹치면서 앨범은 새로운 차원에서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정말 흥미로운 건,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에 앞서 먼저 공개한 첫 싱글 [I'd Do It All Again]이다. 이 곡 역시 제이슨 래가 사망하기 전에 완성한 곡이다. [The Sea]가 죽음을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I'd Do It All Again]은 제이슨 래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 제이슨 래가 세상을 떠나기 두달 전에 완성한 곡이기 때문이다. 코린 베일리 래는 제이슨 래와 심하게 다툰 후 이 곡을 썼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의 사랑은 그대로라는 걸 이야기하는 노래다.


이 두 곡은 이번 앨범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앨범이 남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단지 자신의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에 대햐여,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노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분명히 이 앨범에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 관한 코린 베일리 래의 슬픔과 추억을 담은 노래가 있다. [Are You Here]와 [I Would Like To Call It Beauty]는 남편의 죽음 이후에 쓴 곡으로, 그를 추억하고 있다.


“[[Are You Here]를] 어떻게 작업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곡들 중 하나죠. 그가 여기 있길 바라는, 슬픔과 상실에 관한 곡입니다. 이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해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나의 이해에 도움을 줄 만한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슬픔과 상실에 대한 노래 코린 베일리 래가 말하듯 남편에 관한 추억을 담은 노래는 자신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지만, 그 노래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Are You Here]와 [I Would Like To Call It Beauty]가 자신이 직접 겪은 슬픔과 상실을 다루며 교감하고 있다면, [The Sea]와 [I'd Do It All Again]은 간접적이면서 보편적인 감성을 다루며 교감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두 개의 다르지만 같은 노래들이 이번 앨범의 커다란 주제인 슬픔과 상실, 그리고 위로와 치유를 다각도로 이야기하는 셈이다.


물론 앨범의 모든 노래들이 슬픔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코린 베일리 래의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과 정서적으로는 같지만, 소리에서는 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조 매거진을 통해 코린 베일리 래가 밝힌 것처럼 그녀의 새 앨범 「The Sea」에서는 깊은 슬픔을 노래했던 니나 시몬(Nina Simone),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넘어서기는 어렵지만 강렬함만큼은 받아들일 수 있었던 비요크(Bjork), 충동적이고 정열적인 음악을 들려준 레너드 코헨, 마음을 흔들어놓은 시를 쓴 펑크인 시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음악과 문학에서 받은 영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단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Feels Like The First Time]의 격렬한 인트로와 관능적인 그루브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차별적이고 돋보이며, 솔로 데뷔 이전의 인디 록 밴드처럼 독특한 편곡과 파워를 선사하는 [The Blackest Lily]과 [Paper Dolls], 코린 베일리 래의 탁월한 감정 조절을 보여주는 [Love's On Its Way], 두 장의 앨범에서 가장 강하고 경쾌한 업비트를 담은 [Paris Nights/ New York Morning],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감성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Diving For Hearts] 등은 데뷔 앨범과 확실하게 다르다.


새 앨범 「The Sea」가 감정을 들뜨게 만드는 앨범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린 베일리 래가 슬픔과 상실을 노래했다고 해서 그것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우리는 코린 베일리 래의 노래를 들으며 상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거기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된다.


무척 슬픈 가사로 마무리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인 [The Sea]의 슬픔과 애틋한 추억은 따로 떼어놓고 들을 때는 거대한 슬픔 덩어리지만 앨범의 마지막에서 들을 때는 오히려 슬픔보다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위로를 가져다준다. 상실과 슬픔과 부재를 노래한 코린 베일리 래의 「The Sea」는 진정 ‘슬프도록 아름다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