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U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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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드로 (Udro)

앨범유형
정규앨범 , 전체 / 가요
발매일
2012.04.18
앨범소개

산책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가벼운 옷차림, 따뜻한 추억, 발걸음 닿는 데까지 가보자는 마음. 그리고 유드로Udro의 음악 몇 곡.

 

'앨범 전체를 감싸는 소박한 보컬과 기타 선율은 돌아봄과 토닥임의 언어다. 그런 면에서 유드로의 이번 첫 앨범은 익명의 대중들에게 싱어송라이터이자 연주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주려 하기 보다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으로 힘겹게 일상을 살아내면서도 음악과 추억으로 힘을 얻곤 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따뜻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산책을 자주 한다. 분명 돌아올 걸 알고 나서는 길이지만 첫 걸음을 내디딜 때 돌아올 길을 그리진 않는다. 그보다는 운동화 끈을 동여매면서 이 좁은 보금자리 넘어 끝없이 펼쳐져 있을 하늘을 생각하고, 푸른 빛을 더해가는 잔디와의 조우를 기대하고, 꽃망울로 뒤덮인 벚나무의 화사함을 상상한다. 산책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런 만남에 대한 설렘과 기대 아닐까.

 

유드로의 첫 번째 앨범은 그렇게 설렘 가득한 산책에 같이할 친구 같은 음악들로 가득하다.

앨범의 구성은 소박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보컬로 채워진 전반부, 내 맘을 잘 아는 오랜 친구가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후반부로 나뉜다. 타이틀 곡인 <영원한 건 없어>의 보컬 버전과 연주곡 버전이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의 테마를 전하고, 이어지는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어른이 되는 건>은 영원할 수 없는 사랑과 꿈을 소재로 차분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외출 매뉴얼>은 <회전목마>와 대구를 이루어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기쁨들을 노래한다. 보컬 마지막 트랙인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통을 겪는 화자의 마음을 터벅 터벅 리듬에 담았고, 첫 연주곡 <가을 소풍>은 화사했던 어린 날의 소풍을 추억하는 메시지를 상큼한 리듬에 실어 전해준다. 연주곡의 클라이맥스에 배치된 는 한 편의 시와도 같은 트랙으로, 깊고 진실한 대화가 가져다 주는 환희를 슬라이딩 업 sliding up 으로 표현한다. 연주곡 파트의 막을 닫는 <아기 예수>는 모든 게 변해 영원할 것 없는 세상에서 오로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아기 예수와 같이 따뜻한 시선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타이틀 곡 <영원한 건 없어>는 모든 건 변하고 영원할 수 있는 건 없지만 그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노래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시간의 순환 속에서 그 어떤 계절도 영원하지 않다. 만남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떠나버린 너와 남아있는 나는 분리되어 있지만, 너의 떠남이 나의 기다림과 딱 달라붙어 있다는 것. 만남도 계절도 곧 가뭇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그 어떤 힘으로도 시간의 흐름을 잘라낼 수 없다는 것. 영원한 건 없지만 모든 것이 서로 기대어 연속으로 존재한다는 것. 이런 아름다운 삶의 역설들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두 번째 곡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첫 번째 <영원한 건 없어>와 대구를 이룬다. 산책을 하면서 함께 걷던 길을 기억해 낸다. '사랑했던 기억도, 우리 시간이란 무게 속에 잊혀졌겠지. 함께했던 시간도 같이 인생이란 무게 속에 잊혀 지겠지.' 하지만 못다한 이야기는 지금 나의 노래가 되고 고백이 되어 있다. 다시,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 짧은 노래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주인공는 먼저 '이 길이 맞니?'라고 묻는다. 이제껏 걸어온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고 원치 않는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상황. 그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때로 혼자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장통 속에 고민으로 잠못 이루는 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어린 시절 <가을 소풍>의 추억이다. 엄마가 싸준 김밥과 음료수를 가지고 따스한 햇살 받으며 친구들과 떠나는 소풍길. 그 소중한 기억이 두려움으로 가라앉은 마음에 응원의 손을 내민다.

 

유드로의 음악과 함께 하는 산책의 여정 끝무렵에 만나는 는 풍경을 찬찬히 마주하는 곡이자 산책의 백미를 이루는 곳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숲 속 새들이 지저귀고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쏴아 하고 지나가는 소리에, 풀숲 사이로 피어난 보라빛 제비꽃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가던 걸음을 멈춰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발걸음을 멈추니 마음이 열리고, 꽃과 새, 나무들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던 기억 말이다. 유드로의 관조하는 듯한 기타 선율은 이 영원처럼 긴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유드로의 음악을 배경으로 오랜 벗에게 짧은 엽서를 보낸다.

 

'그 어느 날 어른이 되기 그토록 힘겨워했던 너와 함께 아주 긴 산책을 하고 싶어. 길 가다 만난 작고 여린 들꽃을 만나면 아무 말 없이 멈춰서고 싶어. 돌아오는 길에는 부산스럽고 계산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느리지만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구. 그런데, 너와 함께 작은 벤치에 앉아 유드로의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답을 알 순 없지만 지금 나는 너 없이, 하지만 추억 속의 너와 함께 <영원한 건 없어>를 듣고 있어. 시 만나면 그 때 못다한 이야기를 전해줄게. 행복하렴.'
글-김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