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바람에 날다

바람에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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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앨범유형
정규앨범 , 발라드 / 가요
발매일
2012.12.13
앨범소개

하비 [바람에 날다.]

 
2012년 12월 초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늦은 밤. 성남시 모란 어딘가에 위치한 실내포차에서 오늘 막 구워져 나온 마스터 CD 한 장을 바라보고 있다. 공CD에 유성매직으로 적어놓은 글씨가 전부지만, 그 안에 담겨진 희망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이제 마음은 빙판이 되어버린 도로를 종종 걸음으로 피해가는 여인의 모양새도 이쁘고, 휘몰아치는 칼바람 마져 싫지 않다.
 
가수 하비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대단하다고들 한다. 타고난 천성이 긍정적이며 노력하는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타고난 보컬능력을 가졌지만 그 흔한 오디션 한번 보지 않고 오랜 무명의 시간을 자신의 노래를 위해 정진했다.
 
2008년 정규 1집 Shall we dance, 2010년 월드컵 싱글, 2012년 정규 2집 하비 바람에 날다. 로 다시 가요계의 문을 두드린다.
 
가수 하비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스타도 아니고 가요프로에서 날마다 볼 수 있는 메이져급 가수도 아니다. 오직 노래 하나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가요계의 철옹성 같은 야생에 숲에서 생존해있다. 아니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이번 음반을 들여 다 보면 총 13곡의 신곡으로 구성되어있다. 한두곡의 싱글로 뜨면 좋고 아니면 또 하지 뭐 식의 음반과는 차이가 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있다는 것은 이미 음악 관련자들이 아니라도 알고 있을 듯.

음반의 특징은 대중가요이다. 어떤 특이한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삶의 이야기들 이다. 가슴 찡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낭만을 이야기 하고 희망을 이야기 한다.
 
가요음반은 하나의 장치가 있다.
 
소위 타이틀곡이라는 한곡을 정하고선 나머지는 사이드곡이라고 말하며 곡수 체워 넣는 형식, 어쿠스틱 버전, 반주만 들어있는 MR로 트랙을 늘리는 방식으로 6~7곡을 10트랙 이상 늘려 정규 앨범으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음반에서는 그러한 장치들을 과감하게 버렸다. 본질에 충실하자는 것이 이번음반 제작에 원칙 이였다. 상업적 논리 보다는 진정한 가요로 돌아가자는 생각.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CD 한 장이 마지막 트랙까지 끝났을 때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1 하비time

2 지우개

3 내게 미안해

4 타인

5 여자의 마음

6 그 사람인데

7 용서

8 돌아와 줘

9 떠나가지마

10 나의바흐노래

11 사랑은사랑은

12 sad love

13 바람에 날다
 
일일이 곡을 설명하기도 벅찬 50분이 훨씬 넘는 런닝 타임이다. 이 음반에 사이드 곡은 없으며.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기에 주저함이 없는 음반이다. 사랑에 빠져있거나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또는 함께하는 행복함과 지나간 연인에 대한 연민도 들어있다. 하비와 뜻을 함께하는 여러 실력파 뮤지션들이 뜻을 모았다. 하비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를 알아봐주고 힘을 실어주는 뮤지션들이다. 그들의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으리라.
 
난 술에 취한 날이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동해 바다로 향한 적이 많았다. 그냥 가고 싶어서였다. 새벽 즈음에 도착한 바닷가는 저 멀리 어슴푸레 보이는 수평선과 텅 빈 바닷가였다. 잠이 들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발걸음이 오랫동안 여러 번 반복 되었었다.
 
음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거다. 현실의 벽에서 힘들어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는 끌림으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 속에서 수록곡 중 내게 미안해는 음악을, 인생을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오랜 시간 달려온 저자가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실었다.

도시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거리에서 추위를 피해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도 희망을 볼 수가 있다. 낙엽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리운 가로수에서도 봄의 희망을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추운 날 늦은 저녁 실내포차에 앉아서
 
혼자서 기울이는 소주 한잔에도 행복하다. 하비라는 가수의 음반을 만들 수 있어서...그 대단함의 시초가 될 수 있어서...


2012년 12월 음악인 김승훈